일제 강점기, 일본 해군의 함포사격으로 섬 전체 면적의 98%가 사라지고 단 2%만 남아있는 비운의 섬이 있습니다. 일본 해군 포탄을 기념비로 만들어 놓은 굴욕과 한탄의 섬 ‘취도’, 진해에 속한 섬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한, 우리 거제의 섬 ‘취도’를 소개합니다.
불타는 독수리?
사등면 창호리에 주소를 가지고 있는 취도는 원래 취도(독수리 섬, 鷲島)였는데, 취도(불타는 섬, 吹島)라는 흉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취도(독수리 섬, 鷲島)로 기록돼 있습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 연합함대 총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35년 일본 육군성과 진해 해군요항 사령부에서 세운 포탑기념비가 그 섬에 있습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들은 작은 섬 취도를 러시아의 발트함대로 상정하고 섬을 향해 함포 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도 아니었으나 일본은 마치 자기들 영토인 것처럼 사용했던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함포 사격 훈련으로 바위섬 취도는 98%가 소실되었고, 지금은 겨우 2%만 남게 되었습니다.
취도 덕분에?
도고는 뤼순함대를 격파한 후 1905년 2월부터 발트함대와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위해 3개월 동안 취도를 과녁으로 함포사격 연습을 했고, 일제는 발트함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지 30년이나 지나서 이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취도에 기념비를 세우고 그 비문에 ‘취도에서의 사격 연습 덕택에 전쟁에서 이겼다.’라며, 감사함을 표시합니다. 취도기념비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취도기념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쪽’과 ‘계속 보존해야 한다’는 쪽의 대립이 격화되기도 했습니다. 2005년, 거제 YMCA는 취도기념비 둘레에 돌탑을 쌓고 ‘일제 망령을 쫓아내고 민족정기를 되살린다.’라는 성명서 발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슬픈 역사의 취도
취도는 계도마을에서 배를 타고 불과 5분 정도의 거리인 약 2k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섬입니다. 별도의 접안시설이 없어 그냥 섬 가까이 배를 대고 바위에 내리는 것밖에는 접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취도’의 아픔과 역사를 소개하는 그 흔한 안내판 같은 것도 없는 실정입니다. 취도의 슬픈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세우고, 별도로 설명서 같은 것도 만들어 ‘살아있는 역사’를 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